새벽 6:15분
스마트폰의 알람소리에 반쯤 뜬 눈으로 이메일을 열어 봅니다. 올게 분명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받은편지함에는 새 이메일 10개가 있습니다. 자기전에 주문한 아마존 결제내역, 배송 추적번호, 신경써 읽지는 않지만, 딸 대학 보낼때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아 수신거부 못한 뉴스레터, 다음 주문시에 20%를 깎아준다는 쿠폰코드.. 달갑지 않는 이메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저의 아침은 대부분의 미국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팸이라도 없는 날이면 속은 역설적이게도 허전하게 느껴지죠...
저 같이 인터넷 피드나 SNS 새소식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 덕분에 요즘 덤폰(Dumb phone: 바보 전화기)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틱톡과 유툽에는 "바보 전화기를 xx일/x개월간 사용해 보았습니다'라는 리뷰도 넘쳐납니다. 덤폰은 스마트폰에 있는 기능을 거의 다 비워낸 전화, 문자 등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하는 전화기(Feature phone)를 의미합니다.
덤폰은 두가지로 나뉩니다.
1. 2000년대 초반에 많이쓰던 덮개없는 노키아폰 같은 레트로 디자인이거나 플립형
터치보다는 버튼이 삽입되어 있어 누르는 느낌이 좋지만, 전화, 문자, 사진찍기의 초초초 기본 기능만 있음(100불 미만대 많음)
2. 라이트, 푼트같이 인터넷 스트리밍을 의식적으로 차단하는 전문 폰 브랜드
레트로 디자인에서 진보되어 필수 핵심기능인 길찾기, 음악감상, 와이파이, 핫스판들을 추가 장착(가격대 150불에서 300불대)
그럼 미국의 Z세대들은 왜 덤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요? 한마디로 Too much '테크'에 지쳤기 때문입니다.
현재 Z세대들은 첫 핸드폰을 13세 이전에 획득한 세대들입니다. 하루에 5시간 24분씩 사용하기 때문에 적어도 10분에 한번씩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세대지요. 원하던 원치않던 노예처름 스크린을 바라보다보니, 완전히 기술을 삶에서 잘라내어 구석기인처럼 살지는 못하면서도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테크에서 거리를 두고자 노력합니다.
이는 마치 밀레니얼과 Z세대들이 웰빙을 위해서 알아서 무알콜, 저알콜을 마시는 트렌드랑 맥을 같이 한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심지어 요즘 일부 미국 고딩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대가 잠식되는 현상을 마치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대에 일어났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Luddite)운동과 동일시하며 지역 도서관이나 정기 모임시 절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지키기도 한답니다.
현재 미국의 10대들의 84%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11세 이전에 첫 스마트폰을 선물받았다고 합니다. 성인들 역시 펜데믹 전보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60%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울증, 불안증과 같은 심리적인 악역향을 떠나 눈건강과 비만 수면부족같은 부작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일정기간 덤폰을 사용해 본 사용자들이 나눈 리뷰는 재미 있습니다.
1. 팟캐스트나 스트리밍 음악을 듣던 시간이 책읽기나 멍때리기 시간으로 변경됨
2. 유투브 뮤직, 스포티파이같은 구독 서비스 대신 MP3를 구매하게 됨
3. 구글맵 부재로 어느 장소 이동시 미리 이동 동선 숙지하고 감
4. 스마트폰 대비 문자가 불편해 대신 전화를 하는 습관 늘어남
5. 불필요한 광고로 필요없는 물건을 사전 습관 삭제
6. 충전에 목매지 않음.--> 전기가 소모될 이유가 줄어듬
7. 식당에서 QR코드로 메뉴 볼수 없어서 다소 불편
아직 용기는 없지만, 여유가 되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덤폰.
제가 가장 불편해지는 시간은 언제가 될까요?
1. 설거지시간 2. 청소시간 3. 잠들때까지 백색소음이 필요할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