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Karri폰, 도면 로봇, 거미차, 레이블 없는 패키징 9월이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벌써 여러 건의 총격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특히 어제(10일)는 유타 밸리 대학에서 연설하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찰리 커크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Turning Point USA'라는 단체를 이끌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공개적으로 토론하던 모습은 릴스를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격렬한 논쟁 끝에도 항상 상대방에게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라며 존중을 표하던 논쟁을 마무리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31살, 이제 3살과 1살이 된 두 아이의 아빠가 대학 캠퍼스에서 총을 맞았다는 비극 앞에서, 저는 참 마음 아픈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온라인에는 "총기 규제 철폐를 외치더니 잘됐다", "극우 발언의 대가다"와 같이 희생자를 조롱하고 그의 죽음을 당연시하는 글들이 넘쳐났습니다. 이는 성폭행 피해자에게 "네가 옷을 야하게 입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책임을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비극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념과 생각을 떠나,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당신은 왜 이런 일을 하죠?”라는 질문에 찰리 커크가 남긴 답변으로 글을 맺고자 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곱씹어볼 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RIP Charlie Kirk.
“사람들이 대화를 멈추면 정말 안 좋은 일들이 시작돼요.
결혼에서 대화가 끊기면 이혼으로 가고,
교회에서 대화가 끊기면 무너지고,
문명에서 대화가 끊기면 사회가 붕괴돼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인간적인 연결을 끊어버리면,
그 집단에 폭력을 행사하는 게 훨씬 쉬워져요.
지난 100년 동안 일어난 끔찍한 집단학살들도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멈췄기 때문에 인간성을 잃으면서 생겨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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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지운 휴대폰, 남겨진 가능성
팬데믹 이후, 청소년들의 하루는 스크린과 맞닿아 있다. 공부를 방해하는 알림과 끊임없는 릴스의 유혹, 소셜미디어 속 따돌림, 그리고 점점 깊어지는 불안. 결국 미국의 몇몇 주는 학교에서 휴대폰을 아예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이 Pentagram이 디자인한 KARRI 폰이다. 5~13세 아이들을 위한 이 작은 기기는 화면 대신 '목소리'로만 연결된다. 부모와 아이, 친구들끼리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는 단순한 방식으로, LED 매트릭스와 몇 개의 버튼, 그리고 말할 때만 쓰는 토크 버튼이 전부다.
연락은 되어야 하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주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마음에 딱 맞게, KARRI폰은 음성 메시지와 GPS, 손전등만 담았다. 앱도, 알고리즘도, 무제한 인터넷도 없다. 이 제품은 2026년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없는 어린 시절(Smartphone Free Childhood)'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13,500개 학교에서 14만 명의 부모가 "아이들이 최소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주지 않겠다"는 서약에 동참했다. 이 움직임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과의 '간극'을 메우는 제품군, 즉 연락은 되지만 중독은 피하는 기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웰빙이 가족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기들이 부모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브랜드에게도 이 변화는 도전이자 기회다. 아이의 시선을 붙들 능력이 아니라, 아이의 시간을 돌려줄 용기를 증명해야 한다. 추천 알고리즘의 정교함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비활성화할 결단이 신뢰를 만든다. 눈부신 스펙 시트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사용법이 만족을 만든다. 기술의 선함은 복잡함을 감추는 데 있지 않고, 복잡함을 견디기 쉬운 단순함으로 환원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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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nna's Insight
# 전략적으로 기능을 '제거'하기
KARRI가 화면, 앱,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것처럼, 과도한 디지털 기능들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접근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꼭 운전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집중력을 방해하는 복잡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신 핵심 기능만 남긴 미니멀한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안전하고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니즈를 고려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노안에 영향을 받거나 시니어를 위한 모델의 경우, 복잡한 터치스크린보다는 물리적 버튼과 큰 글씨,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더 적합할 수 있다.
# 아날로그적 상호작용
KARRI의 슬라이드 버튼처럼, 자동차에서도 햅틱 피드백이 있는 물리적 조작감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하려는 트렌드와 달리, 운전자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물리적 컨트롤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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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을 아껴주는 손바닥만한 로봇
더스티 로보틱스(Dusty Robotics)가 건설 현장의 도면 작업을 자동화하는 로봇 프린터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BIM(건물 정보 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해 설계 도면을 바닥에 1:1 스케일로 오차 없이 그려낸다. 단순히 선을 긋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설 현장의 정확성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과거 작업자들이 수작업으로 도면을 옮기면서 발생하던 오류와 프로젝트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시공 레이아웃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장점: 높은 정밀도, 장애물 대응 인쇄 가능, AutoCAD 등의 플러그인이나 iPad 앱을 통한 워크플로 지원으로 한 명의 운영자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며, 설계 변경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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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데이터가 현실에 완벽히 구현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화면 속 데이터와 실물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간극. 자동차 디자인 과정에서 클레이 모델이나 프로토타입으로 넘어갈 때 우리는 늘 그 차이와 마주해야만 했다. "화면이랑 느낌이 다른데…"라는 익숙한 탄식과 함께 수없이 반복되던 논의와 수정들. 그렇기에 더스티 로보틱스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속에 새로운 상상의 불씨를 지핀다.
가만히 그림을 그려본다. 스튜디오 바닥 가득히, 우리가 상상한 자동차의 핵심 라인과 레이아웃이 1:1 스케일로 펼쳐지는 풍경을. 그 위를 디자이너와 모델러, 엔지니어들이 함께 거닐며 손짓 하나, 눈빛 하나로 교감하며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값비싼 재작업과 잠재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건설 현장의 작은 로봇이 보여준 혁신은 '자동화'나 '효율'이라는 차가운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다. 그것은 디지털 세상의 '의도'라는 무형의 가치를 현실에 가장 정직하게 옮겨오려는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작은 스케일 모델 위에도 이토록 정직한 기술이 내려앉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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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처럼 움직이는 Swincar, Outdoor life를 바꿀 수 있을까?
10년 전, 파스칼 람보(Pascal Rambaud)는 Swincar라는 거미와 유사한 차량을 선보였는데, 이제 본격적인 양산과 판매가 시작되었다. 기존 자동차와 달리, 운전자가 탑승하는 콕핏은 중력 방향으로 수평을 유지하며, 4개의 휠은 각각 독립적인 암(arm)에 연결되어 지형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움직인다. 각 휠에 개별 모터를 장착해 4륜 조향 시스템의 독특한 구조를 극대화하는 차량이다. 즉 지형이 험하거나 바퀴가 걸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주로 험지나 아웃도어를 운행하는 레저 목적이나, 포도밭이나 언덕 농지, 혹은 넓은 목초지 등의 험한 지형이 있는 농업·임업 작업에 적합한 듯하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판매 중이며, 가격은 약 16,000~24,000달러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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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car를 보고 있으면, '편안함이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최적의 승차감을 위해 수십억을 들여 에어 서스펜션과 댐퍼를 개발하여 잔진동과 롤링을 억제하려 애쓰지만, 스윙카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차체는 흔들리지만, 사람은 안 흔들리면 되는 거잖아?" - 이 단순한 관점의 전환은 우리에게 편안함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너무 복잡한 기술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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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의도된 스타일링이 거의 배제된 차로, 오직 기능과 물리 법칙을 따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적인 움직임과 구조의 노출이 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이버트럭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듯, 기능적인 솔직함이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매력 포인트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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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더 인상적인 것은, 이 차는 또한 평균적인 사용자"들만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Designing from the Edge- 시트 부분은 항상 중력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징으로, ;아주 험한곳을 아주 부드럽게 이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소수'의 필요에도 귀 기울였다. 가장 극단적인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스윙카는 우리에게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험 설계자'로서 문제를 바라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번 주에는 이 이상하게 생긴 거미 로봇을 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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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 없이도, 색상으로 말해요
Omsky Creative Agency가 디자인한 '7 am coffee'는 '덜어냄의 미학'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복잡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멈추는 고요한 순간의 가치에 집중했다. 그래서 패키지 디자인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아침 7시'라는 순간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 바로 그것 하나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디자인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커피콩 이미지나 불필요한 그래픽을 모두 지우고, 깨끗한 배경 위에 '7 am'이라는 타이포그래피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불필요한 시각적 소음 없이 제품의 본질에만 집중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여기에 라이트부터 다크까지 3단계의 로스팅 레벨을 별도의 설명 없이 오직 패키지 색상의 명도로만 표현했다. 로스팅이 진해질수록 색상도 함께 진해지는 방식은, 그 어떤 설명보다 직관적이고 우아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차량의 디지털 경험 디자인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디지털 클러스터의 폰트, 인포테인먼트의 아이콘 같은 그래픽 요소는 차량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다. '7 am coffee'의 패키징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만큼,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때로는 훨씬 더 강력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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